비대량화 - 다품종 소량생산, 공급자 위주-수요자 위주로
포드의 'T형'자동차. 1920년대 세계를 석권한 모델이지만, 경영학에서는 대량생산의 한계를 보여주는 '반면교사(反面敎師)'의 상징이다. '값싸고 품질은 좋은데, 차별화가 안된다'는 불만이 나오자 당시 CEO인 헨리 포드는 이렇게 일축했다. '누구나 원하는 모델을 고를 수 있다. 원하는 게 'T형 검은색'이라면…'
하지만 신화는 10년도 안돼 무너진다. 30년대 다양하고 차별화한 차량을 선보인 GM에 무릎을 꿇은 이후 포드는 결코 GM을 앞서지 못하고 있다.
90년전 포드의 실패에도 불구, 국내 건설업체 대부분은 아직 공급자 위주 대량생산 방식의 경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짓고 나면 팔린다'며 고객 특성이나 사업성 분석 없이 전국에 아파트를 짓는 바람에 미분양 물량이 급증하고, 상당수는 자금압박을 받고 있다. 국내 최초로 한국 부동산 시장을 학문적으로 분석한 것으로 평가 받는 김수삼 전 한양대 부총장은 "과거에는 획일적 아파트라도 많이 공급하는 게 중시됐으나, 이제는 수요자의 다양한 요구를 맞추는 '다품종 소량생산'이 원칙이 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최근의 위기 상황에서도 높은 수익성을 유지하는 업체들은 '다품종 소량생산'흐름을 놓치지 않은 곳이다. 이들 업체는 다분히 인문학적 배경이 강한 마케팅 분석을 통해 '단순한 거주의 장소', '투기의 대상'에 머물던 주택에 자아실현 가치를 부여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짓고 팔리는 방식이 바뀐다
다품종 소량생산의 흐름은 아파트 건설 공정(工程)을 바꾸고 있다. 공학적 논리에 따라 효율적으로만 짓는 게 과거 방식이라면, 인문학적 코드에 따라 건물에 담길 스토리를 정한 뒤 공사하고 이후에도 입주자의 삶의 질을 관리하는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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