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의 물결

거의 모든것의 미래

때에 따라 체인지하라 2011. 1. 7. 14:47

예측은 매력적이다. 그것이 맞건 아니건 예측 신봉자가 있는 한 늘 장사가 되는 봉이 김선달의 강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늘 예측한다. 인간의 운명처럼 과학적으로 예측이 불가능하다고 믿는 분야들은 무속·점성술·타로 등 이른바 초자연의 영역으로, 계량적 예측이 가능하다고 믿는 영역들은 과학적 모델을 통해서 어떻게든 예측의 문을 열고 들어서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전자는 미신으로, 후자는 과학으로 치부하게 된다.

   
하지만 과학 영역의 예측이건, 미신 영역의 예측이건 예측은 늘 우리를 실망시킨다는 점에서 결과는 마찬가지다. 과학이 좀 더 정교하고 논리적으로 보이는 수식을 동원하고, 체계적인 예측 모형을 동원하기 때문에 훨씬 합리적이라고 믿지만 실제 예측은 늘 빗나간다. 심지어 그것이 한 달 뒤의 허리케인이나 내년에 일어날 고비사막의 우박까지는 아니더라도, 당장 내일 바람의 방향조차 맞히지 못하고 노벨상을 받은 블랙슐츠 모델이 옵션 가격을 예측할 것처럼 여겨지지만, 정작 그 수식 개발자를 파산에 이르게 했기 때문이다. 건강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유전자 염기 서열을 분석하면 질병을 통제하고 인간의 수명을 가늠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는 차에 치여 비명횡사할 수도 있고, 술독에 빠져 일찌감치 세상을 하직할 수도 있다.

   
<거의 모든 것의 미래> 데이비드 오렐 지음/이한음 옮김/리더스북 펴냄
이렇게 예측은 늘 우리를 실망시킨다. 그렇지만 인류는 예측을 멈추지 않았다. 최초의 예언가였던 대지의 여신 가이아에게서 신탁을 탈취해 예언의 신이 된 아폴론과 델포이의 비밀스러운 신탁 의식에서 피타고라스로, 다시 코페르니쿠스와 케플러 같은 천문학과 우주 모형의 아버지들, 혁명가 갈릴레이와 중력의 법칙을 발견한 뉴턴, 인류에게 삼차원 좌표를 선사한 데카르트에 이어, 질서정연한 우주라는 믿음에 태클을 건 카오스의 발견과 결정론적 과학의 호흡기를 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원인과 결과가 일대일로 대응한다는 산뜻하지만 단순한 공식을 무너뜨린 복잡계 이론의 등장까지 예측은 늘 인간의 손에 잡힐 듯 멀어져왔던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예측의 역사를 인문·과학·철학의 관점에서 통섭적으로 넘나들며 정리한 다음, 예측 실수의 이유와 한계 그리고 그런 한계가 있는데도 왜 예측은 계속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설득력 있는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아울러 이 책은 2010년 마무리를 하는 지점에서 동방박사의 별처럼 서쪽 하늘에 등장한 반짝이는 지적 탐험의 인도자로서도 손색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