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며 생각하며

은행의 영업방식이 바뀌고 있다

때에 따라 체인지하라 2011. 3. 21. 16:11

][시중銀 "내점 고객 줄어드니 영업 힘들어"···ATM 통한 정보·'찾아가는 서비스' 제공]

평일 오후 모 은행 지점을 찾은 김영진씨(가명). 업무를 보기 위해 대기 번호표를 뽑으려는데 대기 숫자가 '0'이다. 고개를 들어 창구를 보니 여유가 있다. 대기 고객이 아닌 대기 창구 직원이 여럿이다. "참 한산하다"고 입을 떼니 "지점을 직접 찾는 고객이 줄고 있죠"라는 답이 돌아온다. 그러고 보니 홍씨도 은행 지점 창구를 찾은 게 몇 년 만이다.

은행을 '찾는' 은행 고객이 줄고 있다. 인터넷 뱅킹이나 모바일 뱅킹, 자동화기기(ATM) 사용이 주가 된 덕분이다. 실제 지난해 12월 말 현재 국내 17개 시중은행의 인터넷 뱅킹에 가입한 고객 수(금융회사별 중복)는 총 6600만 명. 모바일뱅킹 가입자 수도 1575만 명에 이른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은행거래를 하는 고객들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국민·우리·신한·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2월 말 현재 스마트폰 뱅킹 가입 고객 수는 233만9255명에 달한다. 국민은행은 금융권 최초로 스마트폰 뱅킹 출시 10개월 만에 가입고객 80만 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국민은행 여의도영업부 내부.

고객들은 한번 방문해 통장을 만들면 끝이다. 예컨대 국민은행의 경우 통장을 만든 뒤 지점을 한번도 찾지 않은 고객이 180만명에 달한다. 이렇다보니 지점에선 이상한 모습이 간혹 목격된다. 지점 안은 한산한데 지점 밖 ATM엔 고객들이 줄을 서있는 현상이다.

현재 은행 지점의 대부분은 ATM을 지점 외부에 별도 공간을 만들어 설치해놓고 있다. 왜 그랬을까. 은행 관계자의 설명은 이렇다. "예전엔 지점을 찾는 고객들이 많았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ATM까지 안에 놓으면 혼잡할 수밖에 없었죠. 그래서 밖에 설치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정반대로 바뀌었다. 김태성 국민은행 채널기획부장은 "과거에는 내점고객이 많아 오히려 객장 면적을 넓게 확보하기 위해 애를 썼지만 이제는 그 반대가 됐다"며 "내점 고객 수가 줄어드는 것은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고 말했다.

이렇다보니 고객을 영업점 안으로 끌어들여야 하는 것은 시중은행에 주어진 당면 과제다. 국민은행은 아예 ATM을 영업점 안에 놓고 차단벽을 설치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영업시간 내에는 고객이 객장 내에서 ATM으로 업무를 보고, 영업시간이 끝난 후에는 차단벽이 내려진 독립된 공간에서 ATM을 이용할 수 있도록 점포 환경을 바꾸는 셈이다.

ATM을 이용하는 고객이라도 영업점에 한번 들르도록 하겠다는 고육책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영업점에 들르다보면 고객에게 상품을 권유할 기회도 늘고 고객도 여러 관심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올해 초 30개 영업점을 대상으로 기존의 창구배열을 싹 바꿨다. 창구에서 고객을 응대하던 책임자급 직원들을 창구 뒤로 뺐다. 내점고객이 많지 않은 시간에는 '고객 관리'에만 집중해 영업점 방문을 권유하는 마케팅을 하기 위해서다.

영업 방식도 자연스럽게 변하기 시작했다. ATM을 이용하는 고객 수가 늘자 이를 이용해 고객 개인별 '맞춤정보'를 제공하는 마케팅 전략을 세우는 게 좋은 예다. 백홍근 신한은행 마케팅부장은 "ATM을 이용하는 고객에게 ATM 화면을 통해 예금 만기라든지 상품 안내 등의 정보를 제공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며 "고객이 ATM을 통해 정보를 취득한 뒤 다시 영업점에 들러 은행 일을 볼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씨티은행 압구정중앙지점에 마련된 고객 편의 공간.

내점 고객 수가 줄어든다고 해서 영업점 수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난 10년 동안 4대 은행의 영업점 수는 약 200개가 늘었다. 영업점 통폐합과 동시에 내점고객이 많지 않은 영업점을 세분화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영업점 사이즈가 작아지면서 근무하는 직원 수도 줄어들고 있다.

대신 은행들은 인구밀집도가 높고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 소형점포를 내는 추세다. 씨티은행은 최근 스마트폰뱅킹 전용지점을 3군데 열었다. 국민은행은 유동인구가 많은 대형 마트에 점포를 신설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현재 7곳의 대형 마트에 입점해 있는 국민은행은 올해에도 3~4명 정도의 직원들이 근무하는 소형점포를 40개 정도 늘릴 계획이다.

내점 고객을 기다리기보다 고객을 직접 찾아가는 전략을 펼치는 은행들도 늘고 있다. 개인고객 1000만 명 달성을 목표로 고객 확보에 주력하고 있는 기업은행도 고객 창출을 위해 '이동점포' 운영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주변에 은행이 많이 없는 지역을 찾는 이동점포 운영을 더욱 활발히 할 계획"이라며 "요청이 있으면 은행원이 직접 찾아가는 서비스를 늘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고객들을 위한 서비스 범주도 '입·출금 업무'에서 점차 탈피하고 있다. 씨티은행은 오는 8월 압구정동에 4층 건물을 단독으로 사용하는 영업점을 연다. 1층과 2층은 영업공간으로 사용하면서 3층과 4층은 영화관과 카페 등의 편의시설을 갖춰 고객들의 방문을 유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