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족 430만명, 20년후 전인구의 절반
인생은 원래 혼자다. 끊임없이 타인과의 관계 하에 존재한다는 말이 현대사회에서는 점점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 혼자 밥 먹고 혼자 놀고 혼자 잠자는 나홀로 족(1인 가구)이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증가하는 나홀로 족 때문일까. 생활환경은 물론 정책까지 변화하고 있다. 나홀로 족이 대한민국을 바꾸고 있는 셈이다.
나홀로 족은 증가추세다. 급속한 산업화에 따른 가족해체 현상과 취업·교육경쟁의 격화, 개인주의 확산 등이 큰 원인이 됐다는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에 따르면 1985년 66만명 가량에 불과하던 나홀로 족은 20여년만에 430여만명으로 6.5배나 증가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0 한국의 사회지표'에서도 마찬가지다. 1인 가구의 비중은 1990년 9%에서 2010년 23.3%로 급증했다. 이같은 추세라면 20년후에는 절반 이상이 1인 가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나홀로 족의 증가함에 따라 소형 가전제품과 1인용 생선회, 샐러드 등의 소포장된 상품 또한 인기를 끌고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150리터 이하 냉장고, 6㎏ 이하 세탁기, 3~6인용 전기밥솥의 판매량이 지난 1년 사이에 최대 4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독서실처럼 칸막이가 된 1인 식당이 등장하기도 했다.
주택시장도 변화하기 시작했다.
쪼개서 임대할 수 있는 아파트가 등장한 것이다. 84㎡인 아파트의 방 하나를 벽으로 막으면 출입문, 화장실, 세탁실과 주방까지 딸린 원룸 하나가 탄생한다. 1인 가구에 임대할 수 있다.
정부도 1인 가구를 지원하기 위해 전세자금을 확대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전세자금을 대출받기 위해서는 세대주의 연소득이 3000만원 이하였다.
국토해양부는 3500만원으로 상향하고 신혼부부 등과 같은 2인 가구의 합산 연소득도 2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확대했다. 원룸형 주택의 지원면적을 최대 30㎡에서 50㎡로 늘리기로 했다.
서울시도 동참했다. 특히 서울은 1인 가구의 비중이 42%에 달할 정도로 나홀로 족의 비중이 크다.
서울시는 일부 지역의 주거공간 일부를 1~2인 가구에 임대해 함께 살 수 있도록 '부분 임대 아파트 157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다. 또 전용면적 50㎡ 이하의 소형주택 30만채를 2020년까지 공급할 계획이다.
나홀로 족에 대한 어두운 그림자도 있다.
노인의 자살률이 높아지거나 혼자 외롭게 죽어가는 고독사(孤獨死)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노인우울증을 앓는 노인은 2009년 14만8000명으로 2004년보다 1.7배나 증가했다고 한다.
또 나홀로 족에 의한 범죄가 증가하는가 하면 대인관계를 피한 채 인터넷과 게임에 몰입하는 현상이 확대되고 있다.
경제 사정으로 인해 맞벌이에 나서야 하는 부모로부터 충분히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라나는 '열쇠 아동'이 300만명을 넘어선 것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전문가들은 "홀로 살면서 심리적으로 느끼는 외로움과 고독감은 때로는 우울증·자살·범죄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방치된 채 돌아가시는 고독사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마련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