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뜨거운 지구가 보내는 냉혹한 경고'

때에 따라 체인지하라 2011. 10. 11. 13:33

'환경운동의 구루(스승)' 레스터 브라운 미국 지구정책연구소 소장이 11일 오전 서울 정동 이화여고 100주년 기념관에서 신작 '앵그리 플래닛- 뜨거운 지구가 보내는 냉혹한 경고' 출간 기념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30여 년 넘게 환경 분야의 최전선에서 뛰어온 ‘환경 운동의 구루’ 레스터 브라운은 <앵그리 플래닛>을 통해 식량 문제를 21세기 문명을 위협하는 ‘약한 고리’로 지목하며, 환경 파괴로 말미암아 초래된 문명 붕괴의 징후들을 명징하게 식별한다. 2010년 러시아 열파는 세계 곡물 비축량을 현저히 줄이며 세계 곡물 시장을 불안에 빠트렸고, 식량 가격 폭등은 2011년 초 북아프리카와 중동의 정치 격변을 촉발시켰다.

세계적 경제침체와 더불어 기후 재앙으로 인한 식량 가격 폭등이 지속되며, 세계 기아 인구는 2009년 최고 기록인 10억 명을 넘겼다. 지난 세기에 줄어들던 기아 인구가 21세기에 다시 늘어나고 있는 것은, 인도적 차원의 원조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환경 추세는 경제는 물론 궁극적으로 사회 자체의 앞길에 무엇이 놓여 있는지를 미리 알려주는 선행지표라고 볼 때, 기상이변은 인류가 등골이 서늘하게 받아들여야 할, 성난 지구의 냉혹한 경고다.

레스터 브라운은 환경 분야 세계 3대 싱크탱크로 꼽히는 월드워치연구소의 설립자이자 지구정책연구소 소장으로 재직하며 ‘지속 가능한’ 세계를 위한 가장 유력한 대안을 제시해왔다. 그의 최신작 <앵그리 플래닛>은 세계 각국의 사례를 통해 인류가 직면한 위기를 냉정하게 상술하고 더불어 단호하게 대안을 제시하며 독자들의 현실 인식을 보다 날카롭게 벼릴 수 있게 한다.

들어가며

1. 벼랑 끝에 서다

1부. 무너지는 토대
2. 지하수위 저하와 수확량 감소
3. 토양 침식과 사막 확대
4. 올라가는 기온과 사라지는 빙하

2부. 지구 파산의 징후
5. 식량 부족의 정치학
6. 솟아오르는 해수면과 환경 난민
7. 점증하는 스트레스, 파탄국가

3부. 유일한 대안, 플랜 B
8. 에너지 효율적인 세계경제 구축하기
9. 바람, 태양, 지열 에너지 길들이기
10. 경제를 지탱하는 자연 부양계 복원
11. 빈곤 퇴치, 인구 안정, 파탄국가 구하기
12. 80억 인구 먹여 살리기

4부. 얼마 남지 않은 시간
13. 문명을 구하기 위한 대전환

일단 세계의 석유와 물 이용이 정점에 이르면, 인구 증가가 지속된다는 것은 물과 석유의 1인당 공급량이 급속히 줄어든다는 의미가 된다. 그리고 그 둘은 식량 생산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므로, 식량 공급에 미치는 효과는 여러 국가에게 감당할 수 없는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여기에 덧붙여 기후의 변동성이 증가하면서 빚어지는 위협도 있다. 영국 보수당 대표였다가 외무부 장관이 된 윌리엄 헤이그의 말처럼 말이다. “기후 안보 없이는 식량, 물, 에너지 안보도 없다.”
(「벼랑 끝에 서다」중에서)
- 알라딘
관개를 위해 대수층을 과잉 양수하면 일시적으로 식량 생산이 늘면서 식량 생산 거품이 일어난다. 그 거품은 대수층이 고갈될 때 터지게 마련이다. 세계 곡물 수확량의 40퍼센트가 관개지에서 나오므로, 관개용수의 공급 감소는 큰 걱정거리다. 3대 곡물 생산국 중 미국은 곡물 수확량의 약 5분의 1이 관개지에서 나온다. 인도는 5분의 3, 중국은 약 5분의 4가 그렇다. (「지하수위 저하와 수확량 감소」중에서)
- 알라딘
물이 부족한 우리 세계에서 농민과 도시 사이의 경쟁은 점점 심해지고 있다. 이 경쟁에서 물 이용의 경제학은 농민을 편들지 않는다. 그저 농업이 식량을 생산하는 데 너무 많은 물을 쓴다는 이유에서다. 예를 들어 철강 1톤을 생산하는 데 드는 물은 14톤에 불과하지만, 밀 1톤을 생산하는 데는 1,000톤의 물이 소모된다. … 정부가 노골적으로 빼앗든, 도시가 농민보다 가격을 더 높이 부르든, 단순히 도시가 농민보다 관정을 더 깊이 뚫을 여력이 있어서든 간에, 세계의 농민들은 물 전쟁에서 지고 있다. 빠르게 성장하는 도시는 서서히 하지만 확실하게 세계의 농민들로부터 물을 빨아들인다. 농민들이 해마다 약 8000만 명씩 더 먹이려고 애쓰고 있음에도 말이다. (「지하수위 저하와 수확량 감소」중에서) 

 세계의 식량 거품은 부풀대로 부풀어 올라 있다
그것이 일시에 터지는 순간, 인류 문명은 붕괴 위험에 직면한다

2011년 초 북아프리카와 중동에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와 폭동이 들불처럼 일며, 전 세계가 그 여파로 들썩였다. 정치·사회 문제가 촉발한 것이라고 하지만, 그 근본 원인에는 식량 문제가 도사리고 있었다. 역사적으로 식량 가격 상승은 정치 혁명의 방아쇠 역할을 해왔다. 안정적인 식량 확보가 모든 정부에게 점점 난제가 되어가는 오늘날 식량 문제야말로 국가 안보에 가장 큰 위협이다. 또한 세계 경제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지금, 식량 위기와 사회 불안은 결코 국경선 안에 머물지 않는다.

2009년 초 영국 정부 수석 과학 자문관인 존 베딩턴은 2030년이면 세계가 식량 부족, 물 부족, 유가 폭등이라는 “최악의 폭풍(perfect storm)”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속되는 기후변화와 국경을 넘어서는 대량 이주까지 합쳐지면, 대규모 격변이 일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일주일 뒤 영국 지속 발전 위원회의 전직 의장인 조너선 포리트는 <가디언>에 베딩턴의 분석에 동의하지만 시기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썼다. 그는 위기가 “2030년이 아니라 훨씬 이른 2020년에 닥칠 것”이며, 그것이 결코 돌이킬 수 없을 “궁극적인 퇴보”가 될 거라 말했다. (본문 5~6쪽)

레스터 브라운은 식량 문제를 21세기 문명을 위협하는 ‘약한 고리’로 지목한다. 2010년 러시아에 닥친 열파로 극심한 가뭄이 들자, 그해 세계 식량 가격이 치솟았다. 만약 그러한 기상이변이 세계 3대 곡물 생산국인 미국이나 중국, 또는 인도에 닥쳤다면 어땠을까? 세계 곡물 시장 자체가 대혼란에 빠질 테고, 세계 경제는 일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알 수 없다. 그러한 열파나 태풍, 해일이 언제 어디에 닥칠지 말이다.

확실한 것은, 우리가 지금 식량 거품의 시대를 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누리고 있는 풍요는 물을 토대로 한 농업 기술의 발달 덕분인데, 점점 심각해지는 물 부족은 그 토대를 무너뜨린다. 대수층에서 과도하게 물을 퍼 올려서 억지로 생산을 늘려온 ‘식량 거품(food bubble)’은 곳곳에서 터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지구온난화와 생태계 파괴로 지하수뿐 아니라 가용 지표수도 그 양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반면 인구와 그로 인한 수요는 점점 늘고 있다. “우리는 이미 지구를 1.4개 사용하고 있다”는 유명한 선언처럼, 어느 곳에서나 수요가 공급을 넘어서고 그나마 모자란 공급도 엄청난 불균형 상태에 있다.

세계적 경제침체와 더불어 기후 재앙으로 인한 식량 가격 폭등이 지속되며, 세계 기아 인구는 2009년 최고치인 10억 명을 넘겼다. 지난 세기에 줄어들던 기아 인구가 21세기에 들며 다시 늘어나고 있는 것은, 그저 안쓰럽게 바라볼 일시적인 문제가 아니다. 환경 추세는 경제는 물론 궁극적으로 사회 자체의 앞길에 무엇이 놓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