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성
그에 비해서 이것일지 저것일지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은 불안감으로 이어진다. 주식을 하는 사람들은 주가지수가 오르고 내리는 것에 울고 웃으며, 하루하루 불안함 속에서 보낸다. 국가안보와 국가경제를 책임지는 사람들은 하루하루 국제 정세를 살펴보며 마음을 졸인다.
정확히 알 수 없는 일들,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 많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불확실성으로 가득 차 있고, 우리는 불확실성을 줄이는 방법을 생각하며 산다. 왜 사회는 불확실성으로 가득 찬 것일까.
저자는 불확실성의 세상을 모래탑 현상을 인용하여 설명한다. 모래를 모아 원뿔 모양의 모래탑을 쌓았다고 치자. 어느 시점부터 모래탑은 굉장히 불안정한 상태가 된다. 모래 한 알이 더 들어갔을 때, 어떤 경우엔 모래알이 흘러내리고 또 어떤 경우엔 모래탑이 무너지기도 한다. 이 모래탑이 언제 작은 사태를 일으켜 무너질지 예측할 수 있는가? 굉장히 단순한 현상으로 보이지만 이것은 불확실성으로 가득 찬 문제다.
세상은 이렇듯 앞일을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의 세계다. 불확실성의 원인은 복잡성이다. 모래탑의 안정성 문제는 모래탑 하나의 문제가 아니다. 모래탑을 구성하는 모래알 하나하나가 서로 얽혀있는 복잡성이 불확실성을 이끄는 원인이다. 세상은 단순하게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여러 요소들이 복잡하게 얽혀있는데, 그 복잡성이 불확실성을 키운다. 정치, 경제, 금융, 기업 등 여러 곳에서 복잡성이 커지면서 불확실성이 늘어나고 불안정해진다.
물리학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엔트로피(무질서, 복잡성)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모든 변화가 이루어진다. 세상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불확실성은 점점 더 커진다. 우리들이 간과하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복잡성이다. 세상은 복잡하지만 우리들은 세상을 바라볼 때 몇 가지의 요소만 파악하고, 단순화해서 바라본다. 우리가 파악하지 않은 다른 요인들과 단순화 과정에서 빠진 것들이 사실은 세상을 움직이는 주요 요인들이다. 어쩌면 세상의 모든 일들을 분석하고 예측할 수 있다고 믿는 인간의 오만이 모든 문제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저자는 이 책에서 여러 사례를 들어 인간이 얼마나 큰 착각을 하는지, 얼마나 잘못된 방법을 이용하는지 설명한다. 저자는 모든 요소들을 분석해야한다고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다만, 요소 간의 연결고리와 상호작용에 관심을 두고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복잡함이 극에 달한 상태, 즉 임계상태에 이른 계의 구성 요소들을 따로 분리해도 결코 이해할 수 없다. 각각의 모래알을 현미경으로 관찰한들 모래탑 전체에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에 대해선 단 하나의 단서도 얻지 못한다. 각각의 모래알은 모래탑이 보일 특성을 전혀 알려주지 못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