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저성장사회로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접어드는 것은 전 세계 각국 정부의 공통된 악몽이다. 일자리와 소득, 소비는 줄고 정부가 부양해야 하는 저소득·취약계층 규모는 기하급수로 늘어난다. 사회안전망이 취약하고 인구의 고령화 속도가 빠른 한국의 경우 충격은 더 클 수밖에 없다.
'7·4·7'(7% 성장, 1인당 소득 4만달러, 세계 7대 경제강국) 청사진을 내걸었던 이명박 정부는 이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데 집착, 임기 초반부터 지나치게 서둘렀다.
명절 연휴나 휴가철을 이용해 해외여행을 떠나는 모습은 지금 일상이 됐다. 앞으로 저성장이 장기화하면 가계 살림살이도 긴축이 불가피해 과소비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 김창길 기자한국은행은 2008년 10월 당시 5.25%였던 기준금리를 2009년 2월까지 넉달 만에 3.25%포인트나 낮췄다. 2.0%의 초저금리는 2010년 7월까지 17개월간 이어졌다. 저금리를 유지하면 기업이 손쉽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시중에 돈이 풀리면서 경기가 부양되는 효과를 노린 것이다. 고환율 정책도 동시에 추진됐다. 2007년 929.16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2008년에 18.7%나 뛰어 1103.36원으로 상승했고, 이듬해에는 15.7%가 오른 1276.35원을 기록했다. 환율이 오르면 원화가치는 하락하기 때문에 수출 경쟁력이 강해진다.
대기업과 수출기업이 잘되면 성장 과실이 서민·중산층으로 확산된다는 '트리클다운 효과(낙수효과)'를 근거로 야당과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법인세 인하 등 대규모 감세 작업도 단행했다.
하지만 임기가 1년 남짓 남은 현재 결과물은 신통치 않다.
지난 3년간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2.9%에 그친다. 성장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2008년 2.3%로 떨어진 뒤 2009년에는 0.3%로 겨우 마이너스 성장을 면했다. 지난해 6.2% 성장하며 7%에 근접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기준이 되는 전년도 성장률이 워낙 낮아서 기저효과가 반영됐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미국과 유럽발 재정위기가 재부상하는 가운데 정부가 당초 5%였던 올해 성장 전망을 4.5%로 하향수정하기도 했지만 현재로서는 4.0% 선을 지키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또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은 2만759달러로 2만달러를 회복하는 데 만족해야 했고, 국내총생산(GDP) 기준 경제규모도 세계 15위권으로 7·4·7 공약 모두가 반토막 성적을 기록하는 데 그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