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연구

제2의 지구

때에 따라 체인지하라 2011. 12. 15. 12:28

약 400년 전까지만 해도 우주는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는 비교도 안 되게 작은 것으로 인식됐다. 지구가 우주의 중심에 자리하고, 태양과 행성이 지구를 중심으로 회전하고, 그보다 멀리 떨어진 곳에 별들이 매달려 있는 천구가 있는 것이 우주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당연히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어야 했던 것이다.

김호일 한국천문연구원 광학천문본부장
제정일치의 시기에 케플러나 갈릴레이 등이 주장한 지동설은 교황청의 권위에 위협을 가하는 위험한 사상이었다. 지구가 더 이상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면 인간 또한 우주를 지배하는 위치에서 내려와야 하기 때문이고, 교황청이 지동설을 인정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이다. 우주는 변함이 없었건만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인류의 지위가 바뀌고 세상의 지배구조가 바뀌는 변화가 수반된다. 이것이 천문학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다.

망원경이 발명되고 그 크기가 커지면서 보다 어두운 별을 자세히 볼 수 있게 됐다. 그 결과 은하수가 수많은 별의 무리이며 호떡처럼 납작하게 생겼다는 것과, 태양이 은하의 중심이 아닌 변두리에 있고 다른 별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별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또 지난 세기에는 우주에는 우리 은하 같은 은하가 수없이 많다는 것이 밝혀졌다. 자연스럽게 과연 인간이 우주의 주인 혹은 우주에 존재하는 유일한 지적 존재인가 하는 의문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외계인이 남긴 전파신호를 찾겠다는 지구외문명탐사연구소(SETI) 계획같이 직접적인 방법으로 의문에 답을 얻을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생명체가 살 수 있는 외계행성을 발견해 가는 것이 확률이 높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수십년 전부터 이런 노력이 있어 왔지만, 외계행성 발견을 목적으로 쏘아올린 케플러라는 위성 덕분에 현재까지 발견된 외계행성이 700개를 넘어서고 있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목성을 닮은 것들로,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환경을 가지지는 못한 것이다.

최근 미국 항공우주국은 케플러 22-b라는 지구를 닮은 외계행성을 발견했다고 밝혀 세인의 관심을 끌고 있다. 행성이 모항성(母恒星) 앞을 지날 때 일식처럼 어두워지는 현상을 관측해 발견한 이 행성은 우리로부터 약 600광년 떨어져 있으며, 지구지름의 2.4배의 크기이고 290일을 주기로 공전하고 있다고 한다. 별에서 먼 행성일수록 공전주기가 길다는 케플러법칙을 적용하면 이 행성은 별로부터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아 생명체가 살 수 있는 온도를 가지는 거리 범위인 골디락스 지대에 있으며, 연평균 기온이 섭씨 22도 정도일 것이라고 한다.

모항성에서 적절한 거리에 있다고 해도 행성의 질량이 너무 크면 중력 또한 커서 대기층이 너무 두꺼워지고, 반대로 질량이 너무 작으면 중력이 약해 가스를 모두 잃어버려 대기를 가질 수 없다. 이 두 경우 모두 생명체가 살 수 없다. 따라서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행성의 조건은 골디락스 지대에 있어야 하고 질량도 지구와 크게 다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슈퍼지구형 행성이라고 불리는 지구 질량의 10배 이내의 질량을 갖는 외계행성이 이미 여럿 발견됐으나 골디락스 지대에 있지 못한 것이었다. 반면 케플러 22-b의 경우 두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하고 있다는 점에서 생명체가 있을 가능성이 있는 첫 외계행성의 발견인 셈이다.

비록 첫 발견은 놓쳤지만, 2014년에 한국천문연구원에서 지구형 행성 발견을 목적으로 구축하고 있는 관측망이 완성되면 케플러 22-b와 같은 외계행성을 매년 10개 정도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중에서 생명체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면 지동설이 그랬던 것과 같은 영향을 인류에 미칠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