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한국은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접어들었다. 지난 7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는 2010년 545만 명(11%)에서 2030년 1269만 명(24.3%), 2060년에는 1762만 명(40.1%)까지 늘어난다. 50년 뒤에는 인구 10명 중 4명이 고령인구인 것이다. 여러 이유로 인해 아이는 적게 낳는 반면 질병상의 변화, 의료기술의 고도화, 의료기기의 발전, 신약 개발 등 보건, 의료, 복지를 둘러싼 환경은 계속적으로 변화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대한민국이 늙어가는 중이라고 할 수 있다. 고령자가 많아지면 노동생산력이 감소하고 고용 형태도 달라져 젊은이가 고령자의 의료비 몫까지 더 부담해야 하는 현상이 벌어진다. 80세를 넘긴 이 사회의 원로 중 한 사람으로 우리보다 이 같은 현상을 먼저 겪은 일본의 사례(일본에서 '소자고령화시대'라고 한다)를 통해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를 짚어보고 싶다.
일본은 현재 고령인구(65세 이상)가 23%를 차지하고 10년 후에는 30%가 된다. 또 고령인구 6인 중 1명이 독거이며 지난 10년 동안 150만 명이나 증가했다. 심지어 100세 이상도 4만7756명이다. 이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도 초고령화 사회로 치닫고 있고, 동시에 혈연 및 지연 네트워크도 빠르게 약화되고 있다. 참고로 1950년에 25억 명이던 세계인구는 오늘날 3배에 가까운 70억 명이 됐다. 세계 평균수명도 1950년대의 48세에서 68세까지 늘었다. 현재도 60세 이상이 세계인구의 12%를 차지한다.
이제 만성질환을 가진 사람도, 건강한 사람도 함께 오래 사는 시대가 됐다. 이에 따라 생활건강, 관리시스템도 발전하고 의료, 복지, 시설과 주택, 스포츠 활동과 질병예방, 여행, 레크리에이션 등과 함께 노인대책도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 예컨대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인 치매의 경우만 봐도 단순한 약물치료에 그치지 않고 정신상담 조언을 병행해야 한다. 일본은 일찍이 치매예방, 간호, 개호(介護)에서 환자치료까지를 총괄하는 치매센터를 개발해 이 분야에서 앞서가고 있는데, 최근 한국도 이를 시작했다고 하니 다행이다.
고령사회에서는 의료, 간호, 개호 등 ‘헬스케어’의 충실, 사회보장제도의 재검토와 동시에 축적된 직업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평생현역사회’ 창출이 절실하다. 또 이와 함께 길어지는 여가시간을 스포츠나 레저에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사회의 디자인도 필요하다.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젊었을 때부터 신체기능저하를 막기 위해 생활습관을 개선하고, 여가시간을 스포츠나 취미활동을 즐기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개인적인 차원뿐 아니라 국가·사회적인 시스템이 뒷받침해야 가능하다. 특히 후자(건전한 여가 활용)를 위해서는 가능한 빨리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21세기를 위한 청소년 체육부의 독립이 절실하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고령인구의 경우 여성의 수명이 남성보다 길고, 동일 연령층에 남성의 수가 현저히 적다. 고령사회에서는 인구비율에서 앞서는 여성이 주도하는 사회, 새로운 역할이 여성에게 요구되는 사회가 오지 않을까 싶다. 현재 고령인구의 남녀비는 70세에 1대2, 80세에 1대3이 된다. 또 남성은 퇴직 후 사회참여 의욕은 뚝 떨어지는 경향을 보인다. 젊었을 때 너무 일을 해서 쉬고 싶은 것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사회적 손실이다. 어떻게 고령남성의 사회참가를 촉진하느냐도 앞으로의 과제다. 남성의 사회적 고립이 심각한 사태를 초래하게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고령의 남성이 적지만 대가가 있는 일을 하고, 젊어서 습득한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사회적 기회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세계적으로 선진국은 인구감소(정확하게는 출산율 저하)를 겪고 있다. 이에 대한 대비를 개인 베이스에서 사회 베이스로 전환하고 육아를 위한 환경개선이 요구된다. 어린이는 모두의 자원(資源)이다. 인구 감소로 유명했던 프랑스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가족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자녀가 2명 이상이 되면 소득 제한 없이 가족수당이 지급되고, 베이비 시터 보조금이 나가고 자녀가 많을수록 유리한 과세방식이 정착됐다. 북유럽에서는 여자가 노동하면서 출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비교적 높은 출산율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과 호주는 이민을 받아들이고, 그 이민자의 왕성한 출산활동으로 경제생산활동 인구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은 이민을 받아드리지 않는 대신 저출산초고령화 시대를 맞아 집집마다 중학생 이하 자녀 수당을 매월 1인당 1만2000엔씩 지급하고 고등학교까지 무상교육을 하려고 한다. 이런 선진국의 성공정책을 우리의 현실에 맞게 도입해야 하는 것이다.
요즘 우리나라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복지정책 논쟁이 한창인데 근시안적이고, 대중에게 영합하는 미봉책이 아니라 장기적 안목에서 초고령화시대에 대비하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이런 정책에는 고령자의 고용정책을 촉진하고 연금과 의료제도의 개혁이 필수적으로 포함돼야 한다. 유래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짧은 시간에 눈부신 발전을 이룩한 대한민국이 저출산·고령화 시대에도 성공적으로 대처할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