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정보사회 어디까지 왔나

sns는 어떻게 대세가 되었나

때에 따라 체인지하라 2012. 1. 12. 11:10

2011년 9월17일 세계경제의 심장부인 미국 뉴욕의 맨해튼 남부 월스트리트 인근 주코티 공원에 청년 수십 명이 모였다. 이들은 미국 경제의 구조적 불평등과 월가에 위치한 대형 금융회사들의 탐욕에 항의하는 소규모 시위를 벌였다. 시위가 처음 시작되었을 때만 해도 뉴욕 시 당국과 미국 정부는 소수 젊은이들의 치기 어린 불만 표출 정도로 치부했다. 미국의 주요 언론 매체 역시 뉴스로 다루지 않을 만큼 관심 밖 사항이었다.

그러나 세간의 관심을 받지 못할 것 같았던 이 시위는 3주가 채 지나기 전에 미국 전역은 물론 유럽과 아시아 등 전 세계로 급속히 퍼져나갔다. 이처럼 수적으로 얼마 안 되는 젊은이들이 모여서 시작한 반(反)월가 시위가 전 세계로 확산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소셜 미디어의 힘이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 소셜 미디어가 기존 언론을 대신해 시위와 관련된 각종 자료 및 동영상을 실시간으로 전 세계 소셜 미디어 이용자들에게 전송하면서 젊은 층뿐 아니라 지식인, 중년 노동자, 회사원 등 다양한 계층의 사람을 단시간에 시위에 동참시키는 저력을 발휘한 것이다.





ⓒAP Photo 지난해 10월5일 월가 점령 시위대가 뉴욕 주코티 공원에서 나와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반월가 시위가 미국 전역은 물론 전 세계에 알려지자 미국의 주요 언론 매체는 그제야 부랴부랴 이 시위에 관심을 보이고 이를 비중 있게 다루기 시작했다. 결국 소셜 미디어가 기성 언론 매체가 담당해오던 보도 기능과 여론 형성 기능을 대신한 것이다.

이번 시위에서 소셜 미디어는 단순히 기성 언론 매체가 담당해오던 보도 기능을 수행하는 차원을 넘어, 시위에 참여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공론장 구실 또한 담당했다는 데 특징이 있다. 일정한 리더가 없이 진행되었던 월가 반대 시위에서 시위대들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매일 총회를 열고 시위 방향과 향후 계획을 논의했다.

개인이 자신만의 잡지를 만든다

그뿐 아니라 이들 시위대는 '킥스타터'라는 소액 기부 전문 소셜 펀딩 사이트를 개설해 반월가 시위를 홍보하기 위한 신문인 < 월가 점령 저널(The Occupy Wall Street Journal) > 의 제작비를 모금하기도 했다. 이들은 일반인으로부터 목표액의 6배가 넘는 7만5000달러를 기부받는 데 성공했다. 결국 소셜 미디어가 정보 전달이라는 기존 언론의 기능을 뛰어넘어 일반인의 자발적인 참여와 필요 경비의 조달을 위한 모금까지 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대안 매체인 멀티 매스미디어 구실을 하게 된 것이다.

이와 함께 시위대는 또 다른 소셜 미디어 중 하나인 유튜브에 미국의 주요 도시별로 반월가 시위 현황을 게재하는 전문 채널을 만들어 시위 상황을 생생하게 전했다. 이들 영상의 조회 수는 수십만 건에 달했다. 즉, 기성 제도권 언론이 충분히 보여주지 못한 시위의 다양한 모습을 담아 전 세계로 퍼나르면서 소셜 미디어는 기성 언론이 하던 역할을 대신하는 대안 언론으로서 기능을 수행한 것이다.

소셜 미디어는 이처럼 기성 언론의 영역을 잠식하는 멀티 매스미디어로서 기능하며 미국 사회에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다. 두 번째로 주목할 만한 것은 소셜 미디어가 지역 내 정보 공유를 위한 커뮤니티 미디어와 개인 미디어 구실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AP Photo 10월2일 시민 성금으로 만든 < 월가 점령 저널 > 을 한 소년이 정리하고 있다.

미국 전체 SNS 이용 시간의 약 95%를 차지하는 절대 강자 페이스북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기성 미디어와 달리 개별 이용자들과 관련된 내용 또는 개별 이용자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제공하는 개인화된 신문 서비스를 시도하고 있다. 앞으로 소셜 미디어를 기반으로 한 이러한 개인 미디어 서비스는 점차 증가하리라 예상된다.

소셜 미디어를 이용한 개인 미디어 서비스의 대표 사례로는 '플립보드(Flipboard)'를 꼽을 수 있다. 2010년 서비스를 시작한 스마트폰·태블릿 PC용 애플리케이션 플립보드는 개인이 자신만의 디지털 소셜 매거진을 만들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플립보드는 이용자 개인의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새로 올라온 내용을 자동으로 업데이트해 잡지 포맷으로 만들어주는 서비스를 통해 개인이 자신만의 소셜 매거진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플립보드의 콘텐츠는 총 9개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 첫 번째와 두 번째 섹션은 이용자의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연결되어 새로 올라온 내용을 잡지 형식으로 업데이트해 제공하는 기능으로 고정되어 있고, 나머지 7개 섹션은 이용자가 원하는 내용으로 구성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플립보드는 이용자가 나머지 7개 섹션을 자신의 취향에 맞게 구성할 수 있도록 뉴스·사진·예술·디자인·여행 등 60여 가지 다양한 잡지·신문·웹진 같은 콘텐츠를 제공한다. 이용자가 자신의 취향에 맞게 7개 섹션을 구성해 개인화된 소셜 매거진을 만들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즉 '플립보드'는 이용자 개개인이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읽고, 보고, 공유하고, 소통하는 미디어인 셈이다.

결국 현재 미국 사회에서 소셜 미디어는 야누스의 얼굴처럼 양면성을 지닌 미디어로 특징 지을 수 있다. 한편으로는 일방적 정보 전달에 제한되었던 기성 언론 매체의 한계를 뛰어넘어 다양한 정보 제공과 정보 소비자 간의 소통·공감을 통한 여론 형성, 그리고 참여를 이끌어내는 멀티 매스미디어 구실을 수행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이용자 개개인과 관련된 정보 및 이용자 개개인의 관심사를 중심으로 한 개인화된 미디어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