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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동의 물결

일본 엘피다의 몰락

1980년대로 넘어오면서 일본은 미국의 뒤를 이어 세계 D램 반도체 시장에서 절대 강자로 군림했다. 1987년에는 세계 점유율이 70%대에 달했으며, NEC, 도시바, 히타치, 미쓰비치, 후지쯔 등은 세계 반도체 톱 10에 이름을 올리며 그 위용을 과시했다. 하지만, 대규모 투자를 통한 저 가격대 제품으로 공세를 시작한 한국 업체 등에 밀려 일본은 D램부터 위축되기 시작했다. 앞서 언급한 일본 반도체 업체 중 온전한 이름으로 남아 있는 업체는 도시바뿐이다. 나머지 업체들은 모두 합쳐지거나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요미우리신문은 이 날 엘피다의 경영파탄이 일본 제조업의 어려운 실태를 상징하고 있다며 1980년대 세계를 석권했던 일본 반도체가 엔고와 경영판단 잘못으로 신흥국에 자리를 내줬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반도체는 2∼3년 주기로 시황이 크게 변동하는 업종으로 한국의 삼성전자 등은 시황이 악화했을 때 오히려 대규모 투자로 제품 경쟁력을 높였지만, 일본 업체들은 증산에 따른 가격 하락을 피하기 위해 오히려 투자를 줄였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서 결국 한국에 추월당했고 최첨단 제품 개발도 뒤쳐졌다고 분석했다.

아사히신문은 "엘피다 경영 악화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에 가격 경쟁에서 밀렸기 때문"이라며 "유럽 재정 위기 등으로 PC 수요도 위축되며 D램 가격도 급락했다"고 밝혔다.

이 신문은 "엘피다가 향후 제휴 업체를 찾아 재기를 시도하겠지만 세계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삼성이 거액의 투자를 늦출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삼성과 라이벌 기업 간의 차이가 확대일로여서 엘피다에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고 지적했다.

마이니치신문도 "일본 정부가 2009년 리먼 사태로 엘피다가 도산 위기에 몰렸을 때 공적자금을 투입해 한국 업체와 대결하겠다는 전략을 실행했지만 실패했다"고 보도했다.

현재 엘피다는 일본 업체나 미국의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대만 난야 등으로부터 자본을 끌어들여 경영 재건을 시도하고 있지만 회생 전망이 불투명하다. 이미 몇 년 전부터 투자가 멈춘 엘피다의 기술력은 다른 경쟁 기업과 차이가 나고 있는데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은 갈수록 투자 규모를 확대해 이 격차를 더욱 벌리고 있기 때문이다.

또 정부가 나서기도 어렵다. 이미 엘피다는 2009년 정부로부터 300억엔(약 4200억 원)의 공적자금을 받았으나 이 가운데 280억 엔이 잠식됐다. 은행권으로부터 1000억엔(약 1조4000억 원)의 협조융자를 받았으나 상환이 불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엘피다가 법정관리를 통해 4480억 엔에 달하는 부채 탕감이나 출자전환, 자산 매각과 인력 감축, 신규 차입 등을 통해 경영정상화를 모색하겠지만, 회생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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