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빅데이터 활용 '기지개'
(서울=연합뉴스) 기획취재팀 = 방대한 자료를 분석해 사람들의 속마음과 취향을 읽고 앞날을 예측하는 '빅 데이터' 분석과 활용이 화두로 떠올랐다.
빅 데이터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기업들이 빠르게 늘고 축적된 각종 국가통계를 사회적인 목적에 활용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시도도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ICT(정보통신기술) 기술 진화와 함께 쌓인 대용량의 데이터를 활용하는 빅 데이터 기술. 우리나라의 빅 데이터 활용은 어느 수준까지 왔을까?
◇업무용 DB 구축 일반화…활용은 '걸음마' =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나라의 빅 데이터 활용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단계다.
정부와 산업계가 수십 년간 축적된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저장하고 이를 업무에 활용하기도 하지만, 데이터 분석과 활용이 대체로 전통적인 방식에 머물러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형, 비정형의 다양한 대규모 데이터를 분석해 가치 있는 정보를 이끌어내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하거나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라는 진정한 의미의 빅 데이터 활용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국내 빅 데이터 활용 상황은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실시한 '빅 데이터 산업 실태조사' 결과에 담겨 있다.
공공분야와 방송통신서비스, 마케팅, 금융, 제조, 의료, 교육, 기업관리 등 8개 업종 240개 기업과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벌인 이 조사에서 전체의 77.1%인 208개 기관이 업무 활용을 위해 데이터베이스를 보유하고 있고, 관리 전담인력을 보유한 업체 비중도 76.0%에 달했다.
그러나 주요 업무 수행 과정에서 데이터를 활용하는 수준은 100점 만점에 57.1점에 불과했고, 데이터 분석 결과를 기반으로 업무 의사 결정을 내리는 비중은 27%에 그쳤다.
사업 과정에서 데이터 분석이 미치는 효과도 연구개발과 디자인, 공급망 관리 분야는 33.8점, 생산분야는 35.7점, 마케팅과 판매 분야는 42.2점으로 다른 경영 솔루션보다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빅 데이터에 대한 인식도 아직은 낮은 편이고 실제 활용 사례는 더욱 드물었다. 조사대상 기관 가운데 빅 데이터를 '전혀 모른다'는 응답비율이 40.4%, '이름만 들어 봤다'는 응답도 36.3%에 달했다. 어느 정도 알고 있다는 응답은 23.3%였다.
조사대상 기관 가운데 빅 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하고 있다고 응답한 기관은 2.1%에 불과했다. 아직 빅 데이터 분석 경험이 전혀 없는 기업이 대부분이다.
◇ 정부도 빅데이터 활용계획 본격화 = 대규모 통계 데이터베이스를 보유한 정부도 정책에 빅 데이터를 적극 활용하기 위한 준비에 나섰다.
대통령 직속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는 지난해 말 '스마트 국가 구현을 위한 빅 데이터 마스터플랜'을 발표하고, 안전, 복지, 경제, 인프라, 산업지원, 과학기술 등 6개 분야의 16개 과제를 선정했다.
이 가운데 우선 정부는 범죄 예측에 빅 데이터를 활용하는 방안을 우선 추진키로 했다. 경찰청의 범죄 데이터에 날씨, 공간정보, 지역별 인구통계, 유동 인구 등의 자료를 더해 장소별·시간대별 범죄 발생 가능성을 도출하는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것이다.
행정안전부 행정정보공동이용센터 관계자는 "다양하고 방대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장소별·시간대별 범죄 발생 가능성 정도를 도출할 것"이라며 "범죄 가능성이 큰 장소에 순찰 인력을 우선 배치한다"고 설명했다.
자영업자의 창업 실패 예방 지원에도 빅데이터를 활용키로 했다. 업종·지역·연령별 상권 데이터와 대출, 임차료, 권리금 등의 자료를 통합, 분석해 상권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개념이다. 여기에는 고용노동부, 지식경제부, 중소기업청과 각 지방자치단체가 보유한 데이터도 총동원된다.
건강보험 시스템 등을 통해 축적된 국민의 건강 및 진료 정보도 질병예방 등 연구에 적극적으로 활용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우리나라 국민 340만명의 진료내역·검진결과·거주지·보험료 등 건강정보 DB를 연구용으로 제공키로 했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도 전 국민이 가입된 건강보험 자료를 다각적으로 추출하거나 다른 기관 자료와 연계해 학계와 제약산업, 공중보건 정책에 적극 활용하도록 시스템을 전면 개편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