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정보화 사회가 진전될수록 칸막이식 영역 구분은 무의미해지기 때문에 이를 앞서 실행하는 국가와 기업이 주도권을 잡을 것이며, 국가간 관계는 물론 정부 및 기업 조직과 교육 시스템도 여기에 맞게 바꿔야 한다."
'제3의 물결' '부의 미래' 등을 쓴 미국의 저명한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82)가 정보화사회에서 기술 융합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전문가들은 지식정보화사회가 점차 고도화됨에 따라 21세기는 '융합기술'의 시대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영역을 넘나드는 기술 간의 융합은 성장 동력으로서 지식과 기술, 산업의 지도를 하루가 다르게 바꿔가고 있다. 무선통신과 인터넷, 사용자 인터페이스 기술과 증강현실 기술이 결합한 애플의 아이폰, 그래픽 기술과 3D기술이 총동원된 영화 '아바타' 등은 기술 융합의 시대가 대세로 자리잡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표들이다.
선진국들은 이런 점에서 성장과 발전, 나아가 생존의 키워드가 된 융합기술의 연구개발에 국가적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
'기술의 대융합'은 미래 기술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융합기술의 실제와 가능성을 분야별 최고 전문가 39명이 알기 쉽게 정리한 교양 개론서다. IT(정보기술), BT(생명공학기술), NT(나노기술), ST(우주기술), GT(녹색기술), CT(문화기술) 등 핵심기술들이 융합해 어떤 산업 및 연구분야를 창출해 내는지를 짚는다. 또 핵심기술들이 문화예술, 경제, 인문사회, 윤리 등에 미치는 영향도 살펴본다.
기술 융합이 가장 두드러지게 일어나고 있는 분야는 IT분야이다. 박영준 서울대 전기공학부 교수는 "IT 혁명이 디지털 문화와 융합되면서 과거의 혁명을 주도했다면, 21세기의 혁명은 IT와 타 분야와의 융합이 주도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박 교수는 "반도체가 IT 혁명을 주도했듯이 나노과학과 결합해서 분자 융합을 주도할 것"이라며 "반도체가 몸 안에 있는 암 분자나 바이러스를 빠르게 탐색해 내어 병을 예방하고, 조류독감이나 수질오염을 신속하게 모니터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창곤 건국대 석좌교수도 나노기술이 융합되면서 반도체의 크기가 먼지 알갱이 정도로 축소돼 인체 내부나 작은 물체에도 이식해 넣을 수 있는 시대를 예고했다.
김훈기 서울대 기초교육원 교수는 합성생물학의 연구가 진전됨에 따라 하나의 세포로 이뤄진 인공생명체를 만들 가능성이 높아졌음을 환기시킨다. 김 교수는 "합성생물학의 등장은 인류가 자연계의 진화 양상을 인위적으로 변화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이주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은 우주기술과 다양한 분야의 기술 간의 융합 필요성을 지적한다. 예를 들어 달 기지 건설을 위해서는 태양과 우주로부터 쏟아지는 방사선을 피하고, 낮과 밤의 극심한 변화를 막을 수 있는 건물을 짓고, 우주인들이 생활할 수 있도록 생명지원 시스템도 갖춰야 하는 데 이 모든 일에 기술융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건축과 토목 기술, 식품과 바이오 기술, 로봇기술, 지구와의 통신을 위한 통신기술 등 그야말로 거의 모든 분야의 기술들이 총망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욱 산업기술연구회 이사장은 우리나라가 융합기술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일에 관심을 쏟아야 한다고 밝힌다. 개방을 꺼리며 기술간 융합을 어렵게 만드는 폐쇄적인 문화를 없애고, 연구가들이 활발하게 충돌하고 융합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줘야 한다는 것. 그는 "융합 시대에는 서로 다른 전문 영역을 갖는 연구소, 연구원들 간의 협력이 무엇보다고 중요하다"며 "그들뿐 아니라 산·학·연·관 모두가 긴밀히 소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과거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가는 시대 변화에 발빠르게 대처함으로써 IT 강국으로 도약했다. 이제는 융합기술을 선점함으로써 제2의 도약이 필요한 시점에 와 있다.
경계를 뛰어넘어 기술의 영역을 넓혀온 연구자들의 성과는 21세기 정보화사회에 조응하는 상상력과 사고력에 대해 생각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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