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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동의 물결

미국과 일본의 경제구조

미국판 `잃어버린 10년`을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이 부동산 거품 붕괴로 발생했다는 점이 유사하다고 본다.

일본의 지난 1992~1999년 연간 경제 성장률은 1%에도 미치지 못했다. 당시 부동산 시장 붕괴로 주택 대출 금융기관들이 함께 무너졌고 일본 정부는 저금리를 유지하는 것과 함께 자산 매입 등 다양한 부양책을 내놓았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런 흐름이 현재의 미국과 비슷하다는 것. 주택담보대출(모기지) 시스템이 무너지면서 금융위기가 발생한 이후 미국은 사실상 제로(0) 수준의 금리를 유지하고 대규모 부양책을 내놓았지만 경기 회복은 더딘 편이다. 특히 주택시장 회복이 부진해 실망감을 주고 있다.

손성원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는 "잃어버린 10년은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정치적으로 더블딥보다 훨씬 위험하다"면서도 "그러나 미국이 잃어버린 10년과 같은 상황에 빠질 가능성은 더블딥 가능성보다 높다"고 진단했다.

제임스 해밀턴 UC샌디에이고 경제학 교수는 "과거 경제 성장은 대규모 재정 적자에 의한 것"이라면서 "더블딥은 피할 수 있지만 최소 몇 년간 경제 성장은 둔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일본과 경제 구조 달라..장기불황 안 빠질 것



▲ 미국과 일본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 추이(출처=CNN머니)

그러나 대부분 전문가는 잃어버린 10년의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반박하고 있다. 미국의 성장이 둔화될 수 있지만 장기 불황에 빠지기에는 일본과 경제 구조가 너무 다르다는 지적이다.

우선 노령화 문제가 미국은 일본보다 심각하지 않은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1990년에서 2008년 사이 일본의 65세 이상 인구는 두 배 가까이 늘었지만 미국에서는 거의 변화가 없었다. 현재 일본이 은퇴자 1명을 부양하는 근로자는 2.9명이지만 미국은 5명의 노동인구당 은퇴자는 1명꼴이다.

알렉스 벨레프뢰 브룩하우스 쿠퍼의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의 노령화 문제가 침체의 골을 깊게 했었다"면서 "고연령층 인구의 소비패턴은 젊은 세대와 달리 주택이나 자동차 내구재 등을 많이 소비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의 고연령층에 대한 재정 지원 부담도 낮다고 덧붙였다.

미국 은행들의 상황이 금융위기 때보다 양호해진 점도 긍정적인 부분으로 꼽힌다. 앤드루 부시 BMO캐피탈 스트래티지스트는 "연방준비제도(Fed)는 1990년대 일본과 달리 더 빠른 조치를 취했고 미국 은행들은 침체기의 일본 은행처럼 약하지 않은 상태"라고 강조했다.

칼 리카도나 도이체방크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경제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지만 일본과 같은 장기 침체에 빠질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