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IT) 산업이 더 이상 일자리 창출을 이끌지 못하고 있어 다른 고용 창출 동력을 찾아야 한다고 미국 뉴욕타임즈가 6일 보도했다.
그간 IT산업은 미국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유망한 부문으로 최근 경기침체도 상대적으로 별 타격 없이 벗어났으며 IT기업들의 이익은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IT업계의 고용 창출은 실망스러운 수준으로, 올해 정부의 노동시장 보고서들에 따르면 첨단기술 분야의 일자리 감소 추세가 뚜렷하다.
지난해 컴퓨터 시스템 설계 등 분야의 일자리 증가율은 둔화됐으며 데이터 처리, 소프트웨어 유통 등 분야의 고용은 실제로 감소했다.
또 컴퓨터 과학자, 시스템 분석가, 컴퓨터 프로그래머 등 직종의 올해 2분기 실업률은 6%대에 이르렀는데, 이는 제조업 분야와 비교하면 양호하지만 다른 화이트칼라 직종보다는 상당히 높은 실업률이다.
이에 따라 첨단기술 산업이 향후 미국의 일자리 성장을 떠받칠 수 있을지, 만약 이들이 일자리를 만들지 못한다면 누가 만들 수 있을지 경제학계에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IT산업의 일자리 창출을 막는 가장 큰 장애물로 꼽히는 것은 자동화와 해외로의 아웃소싱이다.
즉 기업들이 탐내는 첨단기술을 가진 미국 내 인력은 충분하지 않은 반면, 해외에서 더 저렴한 비용으로 쓸 수 있는 기능을 가진 인력은 너무나 많은,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는 상황이라는 것.
얼마나 많은 일자리가 해외로 옮겨졌는지 명확한 통계수치는 없으나, 첨단기술 산업의 고용 동향을 추적해온 경제학자들은 불경기에 노동자들을 일시 해고한 IBM과 같은 유명 기업들도 해외에서는 일자리를 늘리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분명히 다수의 IT서비스업체들, 오라클 등의 핵심 소프트웨어(SW) 업체들이 업무를 글로벌화하고 있다"고 로닐 히라 로체스터대(大) 교수는 지적했다.
문제는 과거에는 기술 수준이 낮은 일자리가 주로 해외로 이전됐으나 개발도상국들의 인력 수준이 높아지면서 이제 첨단기술 일자리까지 해외로 급격히 유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첨단기술은 이제 평범한 일상용품이 됐다"며 "프로그래밍 언어 C++의 경우 이제 국제언어가 돼 C++밖에 아는 게 없는 프로그래머는 적은 돈을 받고 일하는 인도인, 중국인과 경쟁하게 됐다"고 캐서린 만 브랜다이스대(大) 교수는 말했다.
게다가 개발도상국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기업들의 현지 생산 필요성이 더 커지고 있으며 애초 제품 현지화 정도의 업무만 맡았던 현지 연구시설들도 연구개발(R&D) 등 첨단 기능을 미국으로부터 가져오고 있는 형편이다.
이처럼 첨단기술 산업이 미국 고용시장의 '구원자'가 될 수 없다는 점이 점차 드러나면서 일부 경제학자들과 정책 결정자들은 대신 건강관리 산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건강관리 산업은 새로운 서비스 수요, 서비스 인력들이 물리적으로 가까이서 환자들을 돌봐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일자리 창출에 적합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건강관리 산업이 유망하다 하더라도 IT산업에서 밀려난 고급 인력들이 생소한 이 분야로 옮기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NYT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