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경과 이념을 토대로 경계가 구분되던 세계 질서가 새롭게 재편되고 있다고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인터넷판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막에서는 공통의 감성으로 뭉친 민족만이 살아남는다”는 아랍 역사학자 이븐 칼둔의 말처럼 새로운 세계 질서는 민족, 종교, 문화, 경제 수준 등 감성적이고 역사적인 경험에 기반한 지역결속체 형태로 등장하고 있다. 새로운 결속체는 감성적인 만큼 유동적이어서 시시때때로 변화하면서 세계 질서를 다양하게 변주하고 있다.
◇분열하는 유럽=유럽연합(EU)은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며 엇갈린 이해관계를 드러내고 있다.
독일을 중심으로 한 덴마크 네덜란드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등은 검소하고 성실한 게르만 문화와 강한 경제력, 정비된 복지 제도를 바탕으로 세계에서 가장 부강한 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뉴스위크는 13세기 북유럽 상업 동맹의 이름을 따 이 지역을 ‘신한자동맹’이라 지칭했다.
신한자동맹은 포도주와 올리브에 취해 비틀거리는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스 등 남유럽 지원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그리스 로마 문화에 뿌리를 둔 남유럽의 ‘올리브 공화국’들은 빈곤율이 신한자동맹의 2배에 이른다.
이 사이에 낀 영국 아이슬란드 아일랜드 등 앵글로색슨 지역과 체코 헝가리 등 동유럽은 취약한 경제력과 다양한 문화적 갈등을 수습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고 있다는 것이 뉴스위크의 분석이다.
◇남미의 엇갈린 선택=미국과 캐나다의 북미 동맹이 첨단 기술과 최고의 농업 생산성을 기반으로 세계에서 가장 발달한 자본주의 시스템을 갖춘 데 비해 남미는 각국의 역사적 경험에 따라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미국식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칠레 콜롬비아 코스타리카 멕시코 페루는 정치적으론 안정을 찾고 있으나 경제는 아직 불안하다. 자유주의 국가라는 의미의 ‘리베랄리스타’라 이름 붙여진 이 지역은 중국의 빠른 경제 발전을 지켜보며 국가 주도 경제 체제에 유혹을 느끼고 있다.
반면 우고 차베스의 베네수엘라를 선두로 한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쿠바 에콰도르 니카라과는 미국에 대한 반감과 대중영합적인 경제 정책, 1인 장기집권 체제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들 볼리비안 공화국은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중국 러시아와 손잡고 경제 발전을 시도하고 있다.
◇중동 아프리카의 혼란=겉으로 보기에는 단단한 결속력을 지닌 것 같은 중동이나 아프리카 지역도 저마다 속내가 다르다.
이란을 중심으로 이라크 시리아 바레인 레바논 등 ‘이라니스탄(이란 영토)’은 이슬람 근본주의 성향이 강하다. ‘대아랍권(Greater Arabia)’에 속한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이집트 등은 개방적이고 유연한 이슬람의 모습을 보여준다. 1인당 연간소득이 4만 달러에 이르는 아부다비와 그 5%에 불과한 예멘이 종교와 민족이라는 공통점으로 뭉치는 것도 놀랍다.
오스만 튀르크 전통의 터키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은 경제적으로는 유럽에 묶여 있지만 정서적으로는 중앙아시아의 형제 국가들과 중동 지역에 더 친밀감을 느끼고 있다.
아프리카 역시 최강대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중심으로 한 남아프리카 지역과 과거 영국과 프랑스 식민지였던 사하라 남쪽 신흥독립국들, 유럽에 가까운 모로코 리비아 알제리 등 머그레브 민족 지역으로 나뉠 수 있다.
◇중국에 치이는 아시아=중국 대만 등 중화권은 세계 최대의 단일민족 경제권을 형성하고 있다. 경제력이 취약한 동남아 지역은 역내 경제 협력을 강화하고 있지만 한국과 일본은 아직 결속체가 없다.
40년 전 아프리카 가나 수준이었던 한국은 일본과 거의 맞먹는 소득 수준까지 발전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빠르게 팽창하는 중국에 빨려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뉴스위크는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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