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가 야구장에 가면 관중의 평균 재산은 약 4배 증가한다. 극단적인 사례가 평균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것이다. 지진의 규모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느끼지도 못하는 지진은 전세계에서 매일 수없이 일어난다. 한편 아이티 지진이나 인도네시아 해역의 지진처럼 수십만에 달하는 인명 피해를 일으키는 대규모 지진도 가끔 일어난다. 인간의 정규분포 방식의 사고로는 대규모 지진을 예측하지 못한다. 지진에 평균 규모란 원래 없기 때문이다. 경제적 사건에서도 평균이나 정상이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것일 수 있다. 따라서 평균과 정규분포에 근거한 현 인류의 수리 경제 모델로 미래의 경제위기를 예측하겠다는 것은 난센스다.
세계는 자본주의 체제로 질서가 잡혀 있다. 이에 따라 ‘주류 경제학’은 인류가 자신의 삶과 사회를 설명하기 위해 고안해낸 학문 중 최고의 반열에 올라서 있다. 오렐의 주장은 이러한 주류 경제학에 반기를 드는 도발적인 발상이다. 주류 경제학 이론들이, 주류 경제학자들이, 주류 경제대국들이 단지 몇 달 앞의 경제위기도 제대로 예측해내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다.
우리는 실감하지 못하지만 모든 예측에는 수학 방정식이 사용된다. 난해하고 복잡한 방정식이다. 각 분야의 연구자들은 과거 자료에 들어맞도록 방정식을 수정한다. 혹은 과거 자료를 더 잘 설명하는 새로운 방정식을 내놓는다. 지난해의 어제 날씨 자료를 넣어 지난해의 오늘 날씨를 가장 가깝게 예측하거나 그저께의 주가 자료를 넣어 어제의 주가를 가장 가깝게 예측하는 모델이라면 오늘의 자료로 내일의 주가를 상당히 정확히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복잡계는 이런 믿음을 비웃는 행동을 종종 보인다.
그렇긴 해도 이런 노력이 은연중에 전제로 삼는 것이 있다. 바로 “수학이, 혹은 과학이 언젠가는 자연과 인간의 활동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수학은 우주의 수수께끼를 풀 열쇠’라고 본 피타고라스학파 이래로 수학은 일반인에게는 신기한 어떤 것으로 비쳐졌다. 무엇보다도 난해해서 그렇다. 권위와 명성을 얻고 싶은 전문가가 이용하기에 딱 맞는 수단이기도 했다.
그러나 수학에 해박한 이들은 ‘지금의 수학 체계가 과연 자연을 설명해낼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품기도 한다. 수학은 본질적으로 우리 의식의 산물이다. 수학에는 ‘무한’이라는 개념이 자주 나오지만 우리는 실제로 무한을 본 적이 없다. 무한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떠올릴 수도 없다. 막연히 한없이 뻗어 있는 것이 무한이라고 여길 뿐이다. 그것은 우리의 뇌가 만들어낸 개념이다.
알만한 건 다 알아냈다?
그렇다면 복잡계의 행동을 기술할 수 있는 수학체계가 아직 발견되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자연에서 혼돈이라는 특성을 발견한 것은 이제 겨우 30년밖에 되지 않았다. 복잡계의 특성도 최근에 들어서야 부각된 일이다.
일부 과학자는 ‘인간은 알 만한 지식은 이미 다 알아냈으며 이제 세부적으로 다듬는 것만 남았다’고 본다. 그러나 이런 가정은 아무래도 오만한 생각인 것 같다. 우리는 아직도 모르는 것이 많아 보인다. 그러면서도 예측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넘친다. 그리고 반복적으로 좌절한다.
'격동의 물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마트 혁명 (0) | 2011.02.25 |
---|---|
기후변화와 곡물가 (0) | 2011.02.23 |
특허 100만건 돌파 (0) | 2011.02.10 |
월드 체인지 (0) | 2011.02.10 |
기후변화- 녹색성장 (0) | 2011.02.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