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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며 생각하며

우편물류

한국에서 해외로 나가는 국제우편(EMS)의 시장 점유율이 지난 98년 18%에서 올해는 30%로 높아졌습니다. DHL과 격차가 2%에 불과해요. 조만간 DHL을 추월하는 것은 물론 51%까지로 높여 놓겠습니다." 박재규 우정사업본부 우편사업단장(43)은 물류 전문가 답게 이같은 야심찬 포부를 밝혔다. 그의 말에 유달리 무게가 실리는 것은 그의 이력 때문이다. 박 단장은 미국 MIT에서 마케팅 MBA(경영학석사)와 물류공학박사 학위를 받은 물류 전문가다. LG홈쇼핑에서 마케팅본부장, 전략혁신부문장, 고객서비스부문장 등도 역임했다. 그런 그가 지난 6월 23일 우정사업본부의 공개직 모집에서 전격 채용됐다. 말이 공개직이지 대부분 공무원이 자리를 채웠던 전례에 비춰 이색적이라 할만 했다. 우체국은 전국에 걸쳐 3천700개나 되며 우편인력만 3만3천여명, 트럭이 3천400대, 이륜차(오토바이)가 1만4천410대나 되는 막강한 조직이다. 그런 조직을 자타가 공인하는 물류 전문가가 거머쥐고 있으니 뭔가가 기대되는 것도 당연하다. "근래의 각국의 움직임을 보면 역시 해답은 물류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고 박 단장은 말한다. 그는 독일과 영국의 극히 대조되는 사례를 들었다. 독일 우정성(도이치 포스트)은 98년 매출이 93억 유로에서 지난해 295억 유로로 폭증했다. 이유는 국제물류 사업 때문. 국제물류 매출 비중이 98년 2%에서 2002년에는 무려 47%로 늘어났다. 독일 정부는 국가경쟁력이 물류에 있다고 판단하고 집중적인 노력을 쏟았다는 것이 박 단장의 설명이다. 독일 우정성은 DHL, 단자스 등의 지분을 100% 인수했을 뿐만 아니라 오스트리아, 체코, 폴란드 등의 물류 회사를 대거 인수했다. 최근에는 미국의 3위 물류회사인 에어본까지 인수해 미국 공정위에서 심사를 받고 있는 중이라고 박 단장은 전했다. 이에 비해 영국의 로열메일은 환경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가 요즘 구조조정이라는 아픔을 겪고 있다는 것. 로열메일은 16명의 이사회진 중 15명을 민간인으로 교체한데 이어 21만명의 인원을 16만5천명으로 줄였고 내년에는 다시 15만명으로 감축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그의 진단은 단호하다. "물류 사업을 안했기 때문이예요. 앞으로 우리도 물류 사업을 강화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는 "우리나라는 택배비용이 일본의 7분의 1, 미국의 3분의 1에 불과할 정도로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서비스 수준만 높인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박 단장은 실제로 취임 후 우편서비스의 서비스 수준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있다. 자신이 보낸 우편물의 위치를 24시간 파악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는가 하면, 정해진 시간에 배달하지 못하면 보상하는 제도도 내년 1월 1일부터 시작할 계획이다. 그는 "WTO 협상에는 우편시장 개방도 포함돼 있기 때문에 머지 않아 우정사업본부가 우편사업을 독점하지도 못할 것"이라며 "도이치 포스트 처럼 적극적으로 세계로 진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미 중국은 물류공사를 세워 화물전용 항공기만 9대를 보유하고서 상해를 대대적인 물류도시로 부각시키고 있다고 박 단장은 전했다. 그러나 그는 국내 민간택배회사와의 윈-윈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현재도 30Kg이 넘는 우편물은 경쟁관계라고 할 수도 있는 국내 모 업체에 넘겨주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또 "앞으로 인터넷우체국을 활용해 국내 전자상거래 업체들은 만들기만 하면 판매와 유통을 우체국이 다 해주는 시스템을 갖춰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 단장은 "올들어 8개월째 통상(일반)우편물량이 감소하고 있는데 이는 IMF 이후 처음있는 일"이라고 밝히고 "이에따라 지난해까지 4년 연속 흑자에서 올해는 적자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같은 현상은 앞으로 계속될 수 밖에 없다"며 "해법은 서비스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국제우편, 전자상거래 등 고부가가치 사업을 하는 길 뿐"이라고 진단했다. 박 단장이 우편 서비스 개선을 위해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은 우편 콜센터 통합이다. 이미 1기 40명을 교육시켜 서울 강서지역에서 콜센터를 운영하고 있고 조만간 40명을 추가로 배치해 서울지역에서부터 전국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그는 "통합콜센터가 구축되면 1300번 하나로 전국 어디서나 모든 고객이 편리하게 우편상담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요즘 박 단장의 고민은 우체국 근무자들의 사기 고양책이다. 그는 "도이치 포스트는 대졸 사원이 취업을 원하는 10대 기업에 들어가는데 우리는 아직 우체국에 근무한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면서 "근무여건 개선과 직원 스스로의 부가가치 기술 습득으로 이미지를 높여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미 중국에 상당히 밀리고는 있지만 외국업체들과 제휴를 통해 한국을 물류 허브로 만들어 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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