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을 보는 방식은 자기가 태어난 생년월일을 근거로 길흉화복을 점치는 토정비결이나 관상, 손금 등 전통적인 동양방식과 타로카드를 이용해 점을 보는 서양방식 등이 있다. 복채는 3000원~1만원 선이다.
카페 내 구석진 테이블에서 올해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 준비를 하고 있다는 김민서(26·여)씨가 역술가를 향해 질문을 마구 쏟아냈다.
한참동안 사주풀이와 관련된 책을 들여다 보던 역술가 손정임(48·여)씨가 점괘를 내놨다. 말 한마디라도 놓칠세라 경청하던 김씨의 눈빛에는 결연한 의지마저 엿보였다.
또 대학교를 졸업하고 3년째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는 서정호(29)씨는 시험을 볼때마다 떨어져 답답한 마음에 이곳을 찾았다고 했다. 서씨의 공무원 시험에 자꾸 떨어져 진로를 바꿔야 할 지가 고민이라고 한다.
서씨는 역술가에게 "공무원 시험에 8번이나 떨어져 진로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있다"며 "앞으로 남은 인생에 대해 답이 안보여 조금의 힌트라도 얻고 싶은 마음에 한걸음에 달려왔다"고 하소연 했다.
10여분이 지났을까. 역술가 박정기(55)씨는 "사주를 풀어보니 사업운은 없고 올해 관(官)운 들어와 있다"며 "관운이 가을쯤 절정에 이르니 절대 포기하지 말고 최선을 다하라"고 점괘를 내놨다.
역술가들은 이곳을 찾는 손님들 중에 90%정도가 소위 말하는 '88만원 세대'라고 했다. 또 경기 침체로 인해 취업난이 심각해지면서 취업에 대한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단다.
특히 최근 적성에 맞지 않거나 스펙에 맞춰 억지로 들어간 회사에 만족하지 못하고 진로에 대해 다시 고민하는 사회 초년생들도 부쩍 늘었다고 했다.
대학교를 졸업하자마자 IT업체에 입사했다는 박주현(33)씨도 진로에 대해 고민을 하다 답답한 마음에 사주카페를 찾았다고 한다.
박씨는 역술인에게 "2년 넘게 직장생활을 하고 있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 그만두고 싶다"며 "답답한 마음에 막상 다니고 있는 회사를 그만두면 나를 받아 줄 회사가 있는지 알고 싶다"고 토로했다.
88만원 세대들이 사주카페와 같은 점집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역술가들은 과거 점집이라고 하면 어두침침한 골방에서 큰 돈을 요구하는 등 부정적인 이미지가 워낙 강해 젊은이들에게는 다소 부담스러운 경향이 없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사주카페 등과 같은 불과 3~4년 전에 새롭게 생긴 점집들은 편안한 분위기에서 차도 마시고 저렴한 가격에 점도 볼 수 있어 88만원 세대들에게 부담없는 들리는 일종의 '사랑방'이라는게 역술가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무엇보다 친구나 부모님에게 조언을 듣는 것처럼 위로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얻기 위해서 점집을 찾는다는 것이다.
역술가 박씨는 "아무리 뛰어난 역술가라도 전부 알 수는 없다"며 "사주를 통해서 정확하게 미래의 방향을 제시 받기 보다는 마음의 위로와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도록 따뜻한 말 한마디를 듣고 싶어서 젊은 사람들이 찾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사회적으로 멘토 시스템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멘토링에 목마른 88만원 세대들에게 역술가들이 일종의 사회적 멘토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조한혜정 교수는 "사람들은 심리적으로 위축되거나 불안할 때 비과학적이고 초인적인것에 의존해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향을 보인다"며 "사회적 멘토 시스템이 전무한 상황에서 역술가들은 88만원 세대들에게 일종의 사회적 멘토링을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역술가와 상담을 통해 젊은이들은 심리적 위안을 받기도 한다"며 "사회적으로 88만원 세대들의 생각과 아픔들을 껴안고 보듬어 줄 수 있는 사회적 멘토 시스템을 갖출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역술가들은 카페에서 일을 하다보면 '알부자족(알바로 부족한 학자금을 충당하는 학생들)', '청년실신(졸업 후 청년들이 취업에 실패해 신용불량자가 됨)', '5천원족(5000원으로 하루를 살아가는 학생들)과 같은 88만원 세대를 대변하는 신조어를 많이 듣는다고 했다.
이런 신조어 대변되는 88만원 세대들이 카페에 찾아오면 역술가들은 점괘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고 사회를 살아가는 방법과 희망의 메시지라는 점을 반드시 설명해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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