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연말이면 '타임'의 '올해의 인물'이 세계 각국의 매체를 장식한다. '올해의 인물'과 더불어 공개되는 그 후보들만을 보아도 그 한 해 세계정세를 내다볼 수 있다. 지난해의 경우 페이스북의 창설자 마크 주커버그였다. 위키리크스의 줄리안 어샌지, 69일 동안 지하에 갇혔다가 극적으로 구조된 칠레 광부 등이 후보에 올랐다. 줄리안 어샌지가 강력한 후보로 거론되었으나 그 '영광'은 주커버그에게 돌아갔다.
타임의 올해의 인물은 공적을 바탕으로 선정되는 것이 아니다. 뉴스 가치가 기준이었다. 그래서 히틀러도 오를 수 있었고, 아야톨라 호메이니도 오를 수 있었다. 그러던 것이 호메이니를 기점으로 그 기준이 바뀌게 되었다. 적어도 미국에 적대적인 인물은 안 된다는 원칙이 새로 생긴 것이다. 그래서 9.11 테러가 발생했을 때 그 전 기준이었다면 당연히 빈 라덴이었어야 하는데 줄리아니 뉴욕 시장이 올해의 인물이 되었다.
이런 사연들을 알고 '타임'을 읽으면 20세기 현대사가 훨씬 더 재미있게 다가온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당했을 때 케네디가 표지에 실리지 않은 것도 타임의 내부 불문율 때문이었다. 죽은 사람을 표지에 싣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었다. 이 원칙은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가 암살당했을 때까지도 지켜졌으나 그 얼마 뒤 로버트 케네디의 암살로 깨어지게 되었다. 로버트 케네디를 표지에 올린 잡지는 금방 매진되어 다시 수백만 부를 찍어 그 판매대금을 로버트 케네디가 후원하던 자선단체로 보냈다.
그 후 죽은 유명인사들을 표지에 올린 호는 대부분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존 F. 케네디 주니어 추모판은 130만부, 다이애나 추모판은 118만부, 마이클 잭슨 추모판은 54만 부나 팔렸다.
타임 설립자들은 유독 잡지의 표지를 강조했다. 표지에 오르는 인물은 당연히 그 주의 뉴스 중에서 가장 중요한 뉴스의 주인공이었다. 그 주인공의 얼굴을 그리는 아티스트들 또한 당대 가장 뛰어난 인물들이었다. 우리가 잘 아는 로이 리히텐슈타인, 로버트 라우셴버그, 앤디 워홀도 '타임' 표지를 여러 번 창작했다.
그런 원칙 때문에 미국이 세계의 강국으로 부상하던 시기에 탄생한 '타임'의 표지에는 현대사가 그대로 반영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타임' 잡지의 표지만 봐도 현대사를 두루 파악할 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워터게이트 스캔들, 걸프전쟁, 달 착륙과 베를린 장벽의 붕괴, 9.11 테러, 21세기 첫 10년의 경제적 쇠퇴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예컨대 베트남전의 경우 '타임'의 표지를 59회 장식했다. 그 잡지들만 들춰봐도 미국 역사상 가장 치열했던 전쟁의 왜곡과 충격과 희망과 좌절을 살필 수 있다.
이 책은 '타임'이 역사를 기록만 한 것이 아니라 역사를 만들기도 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 이 책에 대한 평가 >
"리졸리 출판사가 커피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면 좋을 428쪽짜리 책을 하나 선보였다. 우리는 『TIME: The Illustrated History of the World's Most Influential Magazine』이라는 제목에 혹하지 않는다. 이 책의 저자 노베르토 앤젤레티와 알베르토 올리바는 집필을 위해 6년 이상 연구했다. 그 결과 '타임'의 비주얼 역사만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의 문화사까지 멋지게 그려냈다" - '타임'
"앤젤레티와 올리바는 '타임' 잡지의 역사와 현대사를 훌륭하게 담아냈다. 이 책은 엄청난 양의 정보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라이터와 디자이너, 사진작가, 에디터들과의 인터뷰는 많은 뒷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언론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그냥 책장을 넘기며 비주얼 자료만을 봐도 좋은 책이다" - '라이브러리 저널'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라면 2000년 예루살렘의 통곡의 벽 앞에서 기도하는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을 포함한 600여 장의 사진과 일러스트레이션에 매료될 것이다" - '월 스트리트 저널'
"이 멋진 커피테이블 북은 9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일어난 역사적 사건의 현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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