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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사회

세계경제의 위기

결국 올 게 왔을 뿐이다. 지난 5일 미국 국가 신용등급 강등 조치로 세계 증시가 깊은 공포에 빠졌지만, 시간을 조금만 되돌려 보면 문제 해결에 오랜 시간이 걸릴 거라는 건 알려져 있었다. 다만 사람들이 그 사실을 한동안 잊고 있었을 뿐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중병(重病)을 겪은 뒤에 찾아온 잠깐의 회복세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각국 정부가 막대한 경기 부양 자금을 쏟아내 만든 신기루일 뿐이었다. 세계 경제가 심폐소생술로 생명을 연장했을 뿐이었다.

남유럽 재정위기가 확산되고 세계 경제의 심장이던 미국마저 비틀거리며 신용등급 강등의 수모를 겪자 사람들은 '경제에 공짜가 없다'는 엄중한 현실을 이제야 깨닫기 시작했다. 그동안 각국 정부가 채권을 찍어내 빌린 돈으로 경기를 끌어올렸지만, 빚은 그대로 남았다. 2009년 3월부터 지난 5월까지 미국·영국·일본 등 선진국 중앙은행이 경기 부양을 위해 쏟아부은 자금만 1조8000억달러(약 2000조원)에 달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미국의 정부 부채가 2008년 GDP(국내총생산) 대비 71%에서 올해 101%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한다. 유로존 역시 같은 기간 76.5%에서 95.6%로 정부 빚이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김형태 자본시장연구원 원장은 "빚의 총량은 줄어들지 않는다. 다만 민간의 빚이 금융회사를 거쳐 정부로 옮겨갔을 뿐"이라고 말했다.

시계를 불과 3년 전으로 돌려보자. 2008년 9월 세계 4대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을 시작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밀어닥쳤을 때 경제 전문가들은 1930년대 대공황 이후 80년 만에 최대 불황이 찾아왔다고 말했다. 2001년 IT 버블(거품)이 꺼진 뒤 전 세계 부동산과 주식시장에 새로운 거품이 만들어졌고, 7년간 부풀어 오른 거품이 세계 경제의 중심인 미국의 월가에서 터졌다.

전문가들은 세계 경제에서 미국의 '수퍼 파워' 지위가 내리막길을 걸으며 '새로운 표준(뉴 노멀·new normal)'이 등장할 걸로 내다봤다. 뉴 노멀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5~10년간 세계 경제의 새 틀이 짜일 거란 의미를 담고 있다. 세계 경제를 이끌던 미국의 힘이 쇠퇴하고, 각국의 정부·기업·가계가 과잉 소비와 부채를 줄이면서 세계 경제가 저(低)성장에 돌입하는 것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고통스러운 기억을 애써 잊으려 했다. 국가들은 빚을 급격히 늘린 뒤 허리띠를 다시 조이지 않았고, 개인들은 다시 머니게임에 몰두했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이사회 의장은 지난 1월 올해 미국 경제가 3~4% 성장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드디어 금융위기를 벗어났다'는 섣부른 낙관론이 퍼졌다. 지난달 중순까지 미국·영국의 주가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의 사상 최고점 대비 90% 수준을 회복했다. 코스피지수는 역대 최고점을 경신해 2200선을 오르내렸다.

또 한 번 샴페인을 터뜨리려 할 즈음 경고 사이렌이 울리기 시작했다. 그리스 재정위기와 미국 국채 발행 한도 상향조정 문제가 어렵사리 해결의 실마리를 찾자 이번엔 미국 제조업 경기와 개인 소비가 2년여 만에 최악으로 떨어졌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2분기 미국 경제는 전문가 예상치(1.8%)보다 낮은 1.3%에 머물렀고, 당초 1.9%로 발표됐던 1분기 성장률은 0.4%로 크게 하향조정됐다. 여기에 S & P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이란 퍼펙트 스톰이 몰려왔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이번 위기는 정부가 빚을 내 경기를 부양하는 재정정책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경고"라며 "앞으로 한국 정부도 세금을 100을 걷으면 100만큼 쓰는 절대 안전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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