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세계 경제 침체의 영향에서 벗어나기 위해 '건전한 산업 생태계' 구축에 역량을 집중한다.
곽승준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3일 서울 광화문 사무실에서 본지 웹앱 창간 기념 인터뷰를 갖고, "세계 경제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생존하려면 '경제의 재스민 혁명(올해 초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일어난 시민혁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혁명적인 변화의 구체적인 방법론으로 산업생태계 구축을 통한 경쟁력 강화를 제시했다.
경제학 교수(고려대) 출신인 곽 위원장은 "우리나라 산업 생태계는 경제성장의 파급효과가 제한돼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생산성 격차가 커졌고, 그 결과 생산 기업의 수가 급속히 줄고 신규 창업도 감소하는 '산업계의 노화 현상'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산업생태계의 노화가 심해지면 일본처럼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총 제조업체 수는 2005년 34만1544개에서 2009년 31만9805개로 2만개 이상 감소했다. 또 한국은행이 발간한 2010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2009년 기준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1인당 부가가치는 대기업의 33.4%에 불과하다.
곽 위원장은 또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을 거쳐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성장판이 닫혀 있고 중소기업의 글로벌화와 R&D(연구개발) 역량도 미흡하다고 진단했다. 1997년부터 2007년까지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은 119개사에 불과하고 중소·중견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은 28개사에 그쳤다. 또 중소기업의 수출기여도는 30~32% 수준에서 정체돼 있다.
곽 위원장은 우리나라가 IT강국이면서도 소프트웨어 부문은 뒤떨어진 것에 대해 "구조적으로 대기업이 하드웨어 디바이스 중심의 성장을 추구해 콘텐츠가 부족했고 정부는 소프트웨어를 제조업 중 부품산업 정도로만 이해했기 때문"이라며 "그 결과 하드웨어 위주로 성장한 대기업들이 부메랑을 맞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스마트 폰 분야에서 경쟁관계인 삼성전자와 경쟁관계인 애플을 예로 들었다. 애플의 경우 앱스토어를 통해 누구나 애플리케이션을 개발·소비할 수 있는 열린 생태계를 제대로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애플은 앱 판매시 개발자에게 70%의 수익을 배분하지만 전체 벌어들이는 수익의 60%를 앱스토어에서 창출하고 있다. 그 덕분에 애플이 주도적으로 구축한 앱스토어는 관련 세계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애플의 영업이익률은 28.8%로 삼성전자의 3배에 가깝다.
그는 국내 산업의 건전한 생태계 구축을 위한 해법으로 "자율적 공생 관계를 구축하고 제조 기반의 생태계를 연구개발 중심의 생태계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 위원장은 특히 "대기업은 생태계의 선도자로서 공정거래와 성과공유를 실천해야 하며 사회적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중소기업은 창조적 역량을 강화하고 기업가 정신을 함양하고 자기혁신을 통해 역량있는 파트너로 거듭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정부도 이를 위해 공정한 시장의 룰을 조성하고 중소기업의 자생력을 강화하고 연구개발 및 인력양성 기반을 조성하는 건강한 생태계 구성의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성실히 수행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격동의 물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