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기스 칸은 훗날 서구에 페르시아어 철자법에 따라 겡기스 칸(Genghis Khan)으로 알려지게 되었는데, 몽골어에서 친(Chin)은 강하고, 흔들림이 없고, 두려움이 없다는 의미이며, 늑대를 가리키는 몽골어 치노(Chino)와 가까웠다. 실제로 몽골족은 자신들이 늑대의 후손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칭기스 칸은 25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로마군이 400년 동안 정복한 것보다 많은 땅과 사람을 정복했다. 눈덮힌 시베리아 툰드라로부터 인도의 뜨거운 평원까지, 베트남의 논에서부터 헝가리의 밀밭까지, 고려에서부터 발칸제국까지 현대지도에서 몽골인이 정복한 땅은 30개국이며 인구는 30억이 넘는다. 전성기의 몽골 제국은 대략 아프리카 크기만한 넓이며, 미국, 캐나다, 중앙아메리카, 카리브 연안을 합친 면적보다도 훨씬 넓다. 그의 휘하에 있던 몽골부족 전체는 100만 명으로 현대 일부 기업의 수보다 적은 수이다. 100만명 중 징집한 군사는 10만 명으로 대형 경기장도 꽉 채우지 못할 수로 그 병력으로 넓고 많은 땅과 사람을 정복했다. 칭기스칸은 그 시대의 다른 정복자들과 사뭇 다른 모습을 많이 보였고, 또 그러한 차이점이 그의 세계 정복사를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첫째, 기술자를 최고로 중요하게 여기고, 적의 기술자들을 빠르게 흡수한 점이다. 정복한 나라의 기술자를 활용하여 대포를 만들어 전쟁에 적극적으로 이용한 점이다. 둘째, 종교의 다양성을 인정한 점이다. 기독교, 이슬람교, 불교, 도교 등 다양한 종교를 용인하여 종파간의 다툼을 근본적으로 없앴다. 셋째, 물자보다는 그 통로를 중요시 했다는 점이 그것이다. 몽골인들은 그들 스스로 거의 아무 것도 만들거나 창조하지 않았다. 심지어 먹는 것조차도 남에게 의지했으니 말이다. 단 그들은 다리 건설에 대해서는 당시 세계적인 기술력을 가지고 있었다. 전투에서 얻은 물자들을 분배하여 이를 상업적 유통망으로 들어가게 했는데, 이는 물자와 사람들이 돌아다닐 수 있는 길을 뚫고 이어, 서로 다른 문명을 융합하여 새로운 세계 질서를 만들어내는 과정이었다.
정복지의 문화와 종교 등을 포용함으로써 민족우월주의나 배타적 선민의식이 존재하지 않는데서 칭기즈칸이 이룬 업적을 높게 평가할 수 있다. 제프리 초서의 『캔터베리 이야기』에는 ‘이 고귀한 왕의 이름은 칭기스 칸이었으니 그는 당대에 큰 명성을 떨쳐 어느 지역 어느 곳에도 만사에 그렇게 뛰어난 군주는 없었다.‘고 나온다. 카이사르, 알렉산드로 대왕, 나폴레옹과 같은 영웅들이 비참하고 때 이른 죽음을 맞았지만 그는 70세까지 천수를 누리며, 충성스런 부하들 앞에서 숨을 거두었다.
농경정착민들은 씨를 뿌릴 토지와 비를 내려 줄 하늘과 땅을 봐야 한다. 정착사회는 이처럼 수직 마인드를 기초로 형성되는 수직적 사회시스템이 되므로 모험이 필요 없으며 자연히 창의력보다는 기억력이 중요해지고 머리가 좋다는 것은 곧 기억력이 좋다는 것을 의미하게 된다. 그에 반해 유목 이동민들은 항상 생존하려면 싱싱한 풀이 널린 초지를 끊임 없이 찾아 헤매야 한다. 다시 말해 살기 위해 옆을 봐야 하는 수평 마인드의 사회이다. 그런 사회에서는 완전개방이 최상의 가치로 통한다.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칭기스 칸을 서구 유럽인의 눈에서 본 파괴적인 압제자라는 피상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잠든 유럽을 깨워 근대 세계 체제를 형성하는데 기여했음을 알 수 있었다. 칭기스 칸은 통로를 개척하여 중요시한 점, 즉 최근 우리가 너도나도 강조하는 소통의 원활을 위해 노력함으로써, 결국 위대한 국가를 이루었다는 것이다.
정보의 공유를 통한 소통은 특히 현대사회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조건이다. 최근의 국내정치, 그리고 우리 회사의 경우도 지난 날 방폐장 선정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는데 궁극적으로 가장 큰 문제점은 원활한 소통의 부재였다는 점이 언급되고 있다. 영광본부 직원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상하위직급간 소통의 부족으로 업무의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나타났듯 소통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800년 전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였던 통로가 흑사병으로 인해 단절되었으며, 즉 소통이 무너짐으로써 거대한 몽골 제국이 지도상에서 급속히 사라졌다는 점은 21세기를 사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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