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래 지배계급 중심의 정치학은 어떻게 하면 잘 다스릴 수 있느냐에 관심을 쏟았습니다. 이제 정치학은 어떻게 하면 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합니다.”
새로운 정치에 대한 열망이 분출되고 있는 현 상황도 기성 정치인들에게 “그러한 고민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신 교수의 분석이다. “젊은이들에게 진실로 큰 삶을 위해 연애·사랑·취업·돈 등 서정적 고민을 역사·민족·국가·평화·인류 등 서사적 고민으로 옮겨보라고 권합니다. 이 시대 지배계급들도 서사적 고민을 해야 합니다. 그들이 정말 조국과 역사, 민족의 통일과 같은 가치를 자신의 소승적 행복보다 우선으로 여길까요.”
책은 고대의 단군부터 현대의 박정희에 이르기까지 당대의 그 ‘서사적 고민’들을 담았다. 신 교수는 “인물이나 사상에 덧씌워진 정형화된 해석 틀을 깨고, 역사학이 아니라 정치학적 관점을 잃지 않는 데 주력했다”고 밝혔다. 이를테면 세종의 한글 창제 배경도 “백성을 사랑한 성군이었기 때문”이었다기보다 “백성들과 원활하게 소통함으로써 통치의 수월성을 더하려 했던 것이 진정한 의도”라고 보는 것이다. 세종을 비롯해 정여립, 흥선대원군, 박정희 네 명의 인물은 한 장의 제목으로 쓸 만큼 비중있게 다뤘다. 정여립의 경우 “영국의 올리버 크롬웰보다 70년이나 앞서 왕을 선출하자고 한 원시적 공화주의를 주창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한다.
다만 스스로 “지배계급보다 피지배계급에 중심을 두겠다”고 밝혔지만, 박정희 전 대통령 평가에서는 다소 혼돈스럽다. 어쩔 수 없이 “역사에는 한 지도자의 결심이나 판단이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사례가 많았다”는 판단이 개입한 것이다. “박정희는 신생 독립국가의 초석을 이뤘지만 그 소명의식에 너무 집착하다 보니 권력에 탐닉했습니다. 용서는 못해도 이해는 가능할 것입니다. 비난에 몰두한 나머지 박정희가 아니었더라도 산업화는 이뤄졌을 것이라는 논리는 군색할 수밖에 없고 추정일 수는 있어도 확증은 아닙니다.”
다만 신 교수는 역사와 이론이 ‘정치적 의도’에 이용되는 것을 경계했다. 내년 유신 40주년을 맞아 벌어질 것으로 보이는 박정희 논쟁이 “총·대선에 변수로 작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박정희의 업적이 박근혜의 업적으로 환원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그런 위험한 연상 심리를 갖는 것에 대해 동의할 수 없습니다. 후광은 부질없고 덧없는 것이며 허구에 가깝고, 어쩌면 검증되지 않은 위험한 약속입니다.”
최근 벌어진 ‘자유민주주의’ 논쟁도 신 교수는 “서로 정치적 의도가 전제돼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순수하게 본다면 나는 ‘민주주의’ 쪽에 동의합니다. 왜 접두사를 붙여 이렇게 경직된 이데올로기의 시대에 불을 붙이는지. 해방정국의 가장 비극적 요인 또한 극우·극좌의 시대에서 중도파가 설 땅이 없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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