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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며 생각하며

그 사람을 가졌는가

 그 사람을 가졌는가


  만리 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 맡기며 맘 놓고 갈 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마음이야.’ 하고 믿어지는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의 사형장에서
  “다 죽여도 너 세상의 빛을 위해 저만은 살려다오.” 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 .’ 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칭송보다도
  “아니.”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멋진  사람


  고요한 달밤에 거문고를 안고 오는 벗이나 단소를 손에 쥐고 오는 친구가 있다면 구태여 줄을 골라 곡조를 아니 들어도 좋다
  
  맑은 새벽에 외로이 앉아 향을 사르고
  산창(山窓)으로 스며드는 솔바람을 듣는 사람이라면
  구태여 불경을 아니 외워도 좋다.

  봄 다 가는 날 떨어지는 꽃을 조문하고 귀촉도 울음을 귀에 담는 사람이라면 구태여 시를 쓰는 시인이 아니라도 좋다

  아침 일찍 세수한 물로 화분을 적시며
  난초 잎에 손질을 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구태여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아니라도 좋다

  구름을 찾아가다가 바랑을 베개하고
  바위에서 한가히 잠든 스님을 보거든
  아예 도(道)라는 속된 말을 묻지 않아도 좋다

  야점사양(夜店斜陽)에 길 가다 술을 사는 사람을 만나거든
  어디로 가는 나그네인가 다정히 인사하고
  아예 가고 오는 세상 시름일랑 묻지 않아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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